<밴드 오브 브라더스> 허버트 소블, 명예욕 가짜 리더십 나약한 인간

              경례하는 허버트 소블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오프닝 크레딧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전 세계적인 시트콤 <프렌즈>의 사랑스러운 로스 겔러, 배우 데이빗 쉼머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드라마 속에서 그가 연기한 허버트 소블 대위는 제가 알던 로스와는 180도 다른 인물이었습니다. 얼마나 얄밉고 독하게 나오는지, 보는 내내 분노를 유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의 악하고 비겁한 면모를 이토록 생생하게 연기해낸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지 중대의 탄생과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소블 대위라는 인물에 대해 제가 느낀 점을 포스팅해 보려고 합니다.

1. 명예욕에 눈먼 리더의 폭주와 인간의 악한 본성

소블 대위는 캠프 커라히 훈련 과정에서 부하들을 한계치까지 몰아붙이는 엄격한 훈련관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의 엄격함은 부대원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신의 권위를 확인하고 능력을 과시하려는 개인적인 명예욕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사소한 트집을 잡아 윈터스의 외출을 금지하거나, 부당한 이유로 부하들의 휴가를 취소하는 장면은 너무나도 얄미웠습니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오직 '나' 자신의 안위와 진급만을 위해 타인을 괴롭히는 그의 모습은 인간이 가진 가장 비겁하고 악한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특히 그는 부하들을 공포로 통제하려 했습니다. 리더십의 본질인 '신뢰' 대신 '두려움'을 선택한 그의 방식은 결국 하사관들의 집단 항명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불러옵니다.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보다 타인을 깎아내려 돋보이려 할 때 어떤 파국이 오는지, 소블은 그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가 저지르는 치졸한 복수와 자기중심적인 야비한 행동들은 저를 분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권력을 쫓는 인간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2. 실전에서 무너진 가짜 리더십

훈련소에서 왕처럼 군림하던 소블의 위세는 실전에 가까운 훈련 현장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그는 지도조차 제대로 읽지 못해 부대를 길 잃게 만들고, 가상의 전투 상황에서 당황하며 어처구니없는 판단 실수를 연발합니다. 이는 그가 강조하던 '기강'과 '군기'가 실전 능력과는 무관한, 그저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결국 그렇게 원하던 진급의 기회도 놓치고, 정예 부대인 이지 중대의 지휘권마저 박탈당한 채 비전투 병과인 보충병 훈련소로 밀려나는 그의 모습을 보니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윈터스가 전장에서 눈부신 전공을 세우며 승승장구할 때, 소블은 자신이 그토록 무시했던 부하들보다 낮은 위치에서 전쟁의 변두리를 지키게 됩니다. 인과응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가 든 생각은 그의 '무능력'보다 '비겁함'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보다 남 탓을 하거나 상황을 회피하려 했습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의 순간에 빛나는 법인데, 소블은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무너지는 리더였습니다. 능력 없는 리더가 권력욕만 가졌을 때 조직에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치는지, 그의 몰락은 강렬한 교훈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3. 미워할 수만은 없는 나약한 인간의 뒷모습

드라마 후반부, 종전 직전 윈터스와 우연히 마주친 소블의 모습은 저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과거 자신의 부하였던 윈터스가 이제는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소령이 되어 경례를 요구할 때, 침통한 표정으로 손을 올리던 소블의 모습은 정말 처량해 보였습니다. 그토록 얄밉게 굴던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만큼은 소블이라는 한 인간이 가진 나약함과 열등감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 같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는 어쩌면 평생을 타인의 시선과 자신의 열등감에 쫓기며 살아온, 마음이 병든 인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악행은 어쩌면 자신의 부족함을 들키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였을 것입니다. 대원들이 윈터스를 진심으로 따르는 것을 지켜보며 그가 느꼈을 소외감과 시기심은 그를 더욱 독하게 만들었을 테고, 결국 그것이 자신을 파괴하는 독이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능력은 없으나 자존심만 강한 사람들의 비극을 소블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비겁하고 악한 리더의 표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맨 또 다른 피해자이자 나약한 인간상이라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허버트 소블 대위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단순한 전쟁 드라마를 넘어 인간 군상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데이빗 쉼머의 완벽한 연기 변신 덕분에 리더십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밴드 오브 브라더스> 루이스 닉슨, 엘리트 묵묵함 우정

<밴드 오브 브라더스> 리처드 윈터스, 소신 냉철한 판단력 리더십